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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떼의향기(@worship012)
    2013-10-09 23:14:21



 

푸름이 가득했던 잎들이 하나 둘 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색으로 옷을 바꿔 입어 나를 설레게 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이 가을은 커피가 가장 어울리는 희한하게 아름다운 계절이다. 오후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윗층에 사시는 할머니 부부를 만났다.
 
우리집 윗층에는 일흔이 넘으신 노부부가 두 분만 사시는데 볼 때마다 인사를 꾸벅하고 따뜻한 말을 건네 드리고 했더니 젊은 사람이 따뜻하게 대하니 그게 고마우셨는지 이제는 나를 만나시면 밭에서 따옴직한 단호박을 건네주시고 또 이전에 우리 집에 수박을 주시러 오셨었는데 우리 집에 아무도 없더라며 그렇게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신다. 오늘도 노부부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어디에 다녀오시냐고 했더니 자녀들 집에 다녀오신다며 무얼 또 주신다. 마침 내가 가지고 있던 빵을 봉지 안에 넣어 드시라며 드렸더니 한참 크는 우리 애들 먹이라며 한사코 거절하며 계단을 오르시는 걸 내가 다시 따라올라가 그럼 할아버지께 드리겠다며 할아버지께 전해 드리니 활짝 웃으시며 행복해 하셨다.
 
오늘 우연히 우리 아래층 사시는 아저씨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이전에 몇번밖에 뵌적이 없던 분이라 말을 건네 '인사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 하는 심정으로 "혹시 우리 아래층 사시는 분 맞죠?" 라고 했더니 맞다고 하시면서 활짝 웃어보이셨다. "아! 윗층에 사는 사람입니다. 안녕하세요"라고 했더니 "아! 네" 라고 하시면서 우리 아이들을 보시더니 작은 아이를 바라보며 "요새는 잘 안뛰고 조용하데요?" 하시면서 허허 하시며 기분 좋게 웃으셨다. "네, 요샌 유치원에 다니느라 그래요. 호호" 그러면서 위아랫집의 따사로운 대화가 오고갔다.
 
또 우리 이웃집에 사는 50대 후반의 어떤 아주머니는 수줍음이 많으시고 이웃들과의 교제가 거의 없는 분이신데 어느 날 내게 음료를 건네며 먹으라고 주었다. 그것뿐 아니라 "나물 좀 줄까요?" 하며 검은 봉지 안에 푸름이 보이는 시골에서 뜯어 옴직한 야채를 건네주신다.
 
나는 복도식의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문만 열면 여덟 집의 사람들을 수시로 보게 된다. 이 아파트에 살게 된지 6년째 되는데 이제는 우리 층에 사는 사람은 한 집만 빼고는 거의 알고 지내게 되었다. 서로 보면 밝게 인사를 나누고 좋은 이웃으로 지낸다.
 
올 여름 인천에서 사시는 일흔이 넘으신 친정 엄마가 우리 집에 보름정도 머무신 적이 있었다. 같이 산책을 나가노라면 동네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평소에는 나를 보고 그냥 안부만 나누고 그러던 이웃들이 하나같이 엄마를 붙들고는 내 이야기를 하시면서 "따님이 너무 좋아요. 성격이 얼마나 좋은지 딱 내 스타일이예요"라고 하시며 말을 하시는 거였다. 나는 갑자기 의아했다. 왜 나에게는 그 오랜 시간동안 한 번도 안하시던 칭찬을 엄마 앞에서 하시는 것일까. 그리고 한두 사람이 아닌 그 많은 사람이 마치 모여 의논이라도 한 것처럼 보는 사람마다 엄마를 붙들고는 똑같은 말을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사랑을 뿌려도 다가오는 것이 없다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오늘 엄마 앞에서 그 열매가 보였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집 대문에 붙어 있는 우리 교회의 명패가 내가 교회에 다니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일텐데 기왕이면 그러한 사람들의 칭찬들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고 싶었다. 나는 안다. 내가 칭찬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매순간 인도하신 우리 주님의 공로인 것을...
 
엄마가 와 계시던 보름동안 우리집 바로 옆집에 사시는 60대 중반의 할머니는 엄마를 붙들고는 "새댁이 나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라고 하시며 할머니의 집에 있던 감자며 양파를 얼마나 많이 가져다주시는지 난 깜짝 놀랐다. 어느 날은 양푼이에 가득 담아오시고 조금 후엔 감자 몇 개를 쪄가지고 오시고 어느 날은 양파를 일일이 까서는 또 가져 오시고 집에 있는 것은 죄다 주시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엄마는 계시는 내내 양파와 감자를 맛있게 드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인천으로 올라가셨다. 딸이 이웃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우리 엄마가 얼마나 흐뭇해 하셨을까.
 
밖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간다해도 집안에서 가족들에게 인정을 못받는 사람은 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우리 남편과 우리 큰 아이는 나를 보고 늘 이런 말을 한다. 엄마는 이 세상에 무서운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어떻게 그리 용감하냐고. 남편도 늘 똑같은 말을 한다. 누구에게든 할 말은 꼭 하고 살고 무진장 다 퍼준단다. 한마디로 우리 딸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잘못한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무섭지만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너무 많아서 집에 있는 걸 죄다 누군가에게 줘버린단다. 그러면서 "엄마 이제 그만 좀 줘, 나도 좀 먹게, 우리집 거덜 나겠어"라고 한다. 너무 웃기고 재미있는 중학교 일학년생의 말이다.
 
언젠가 많은 사람들 틈에서 일하고 생활 할 일이 내게 다가올 때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그러한 삶 보다는 내가 처한 현장, 내가 지금 거하고 있는 삶의 터전, 우리 집 주변의 이웃들, 늘 보고 대하는 아주 가까운 동네 이웃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성공한다면 후에 어떠한 곳에 나아가도 어려움이 없을 거란 믿음이 있다.
 
나는 때로는 속도 좁고 성격도 모난데가 많고 내성적인 면도 있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불편해하고 시장이나 횟집 같은데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때때로 사회성이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나는 서투르지만 내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내가 하나님의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역사하신다. 나의 자아가 너무 강하고 내가 살아서 행했던 이전의 수많은 나날들이 있었고 수많은 부딪힘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살아갈 수 없음을 실감한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내 삶의 주인이, 나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매일 나를 이끌어 가시는 목자가 되심을 알아간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20)
 
 
강나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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